반복되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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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1일

꿈은 대개 무작위다. 앞뒤가 없고 아침이면 사라진다. 그런데 가끔 같은 세계로 돌아간다. 지난번의 장소가 그대로 있다. 내가 쓰던 능력도 그대로다. 거기서 또 하나의 인생이 조금씩 이어진다.

설정

그 세계에는 설정이 둘 있다.

나는 날 수 있다. 내 대학 졸업은 취소되어 있다.

그 안에서는 어느 쪽도 이상하지 않다. 사람이 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마흔이 넘어 졸업이 취소될 리 없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렘수면에서는 모순을 잡아내는 자리가 꺼진다. 이야기를 짓는 자리는 켜져 있다.

높이와 자세

높이는 늘 같다. 지면에서 1미터와 2미터 사이다. 그보다 높이 오르지 않는다.

자세는 배영이다. 얼굴이 위를 보고 등이 아래를 향한다.

1~2 m
<그림 1> 높이와 자세

뇌에는 나는 동작의 운동 프로그램이 없다. 걷기가 있고 수영이 있다. 없는 것을 만들 때는 있는 것을 가져다 쓴다. 그래서 배영이다.

높이 오르지 못하는 것은 나만의 일이 아니라고 한다. 사람들은 대개 구름 위를 날지 않는다. 지면을 스치듯 난다.

속도

속도는 날마다 다르다. 어떤 날은 오토바이만큼 나간다. 어떤 날은 기어간다.

힘껏 젓는다. 풍경은 그대로다.

그런 날은 자세를 바꾼다. 팔의 각도를 눕힌다. 몸을 편다. 가끔 통하고 가끔 통하지 않는다. 꿈을 꾸면서도 나는 원인을 찾고 있었다.

렘수면에서 몸은 잠긴다. 근육으로 가는 길이 끊긴다. 명령은 나가고 응답은 오지 않는다. 물엿 속을 젓는 느낌이 거기서 나온다.

이 꿈은 나쁘지 않았다.

서른여섯

문제는 다른 쪽이다.

꿈에서 내 졸업은 취소되어 있다. 학력은 고졸이다. 나는 수능을 다시 친다. 한 번이 아니다. 4년을 친다. 5년을 친다.

꿈속의 나는 서른여섯이다. 깨어 있는 나는 마흔여섯이다.

고통스러웠다.

꿈이었다. 그러나 렘수면에서는 감정을 만드는 자리가 깨어 있을 때보다 더 활발하고, 그것을 누르는 자리만 꺼진다. 조절 장치가 빠진 채로 감정만 돈다. 줄어든 고통이 아니었다. 완충 없이 그대로 받은 고통이었다.

점수

견디기 어려운 것은 떨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해마다 점수가 낮아졌다.

준비하지 못해 떨어지는 꿈이 있다. 그것은 불안이다. 내 꿈은 그것이 아니다. 준비했고, 여러 해를 쳤고, 결과는 나빠졌다.

불안이 아니라 쇠퇴다.

스무 살은 해낼 수 있는지를 묻는다. 마흔여섯은 그것을 묻지 않는다. 예전만 못해지고 있는지를 본다. 쏟는 것은 그대로인데 나오는 것이 줄어든다. 꿈은 그것을 숫자 하나로 바꾸어 해마다 조금씩 깎아 보여주었다.

거기에 졸업 취소가 붙는다. 종이 한 장을 잃은 것이 아니다. 서 있던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꿈속의 나는 고졸 신분이 된다.

같은 꿈

적어 놓고 보니 두 꿈이 하나였다.

 나는 꿈수능 꿈
장면힘껏 젓는다. 기어간다.해마다 친다. 졸업하지 못한다.
감각넣은 것이 나오지 않는다
차이자세를 바꾸면 가끔 반응한다무엇을 해도 내 손 밖이다

같은 감정에 옷을 두 벌 입힌 것이었다. 차이는 하나다.

나는 꿈에는 손잡이가 있다. 자세가 내 쪽에 있다. 돌리면 가끔 반응한다. 수능 꿈에는 손잡이가 없다.

괴로움의 크기를 정하는 것은 상황의 나쁨이 아니었다. 돌릴 손잡이가 하나라도 있느냐였다.

덮어쓰기

반복되는 악몽에는 이미지 리허설 요법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절차는 짧다.

  1. 깨어 있을 때 그 꿈을 적는다
  2. 결말을 고쳐 쓴다
  3. 고친 것을 자기 전에 5분에서 10분, 몇 주 동안 재생한다

지우는 것이 아니라 덮어쓰는 것이다. 한 번 꾼 꿈은 기억이 되고, 그 기억이 다음 꿈의 재료가 된다. 같은 세계로 돌아가게 되는 까닭이 거기 있다. 그렇다면 이쪽에서 재료를 넣을 수도 있다.

내 것이라면 이렇게 고쳐 쓰겠다. 시험장에 들어가 앉는다. 감독관이 명단을 확인하고 말한다. 선생님은 이 시험 대상이 아닙니다. 이미 끝내셨습니다. 가방을 들고 나온다. 복도가 길고 조용하다.

시험을 잘 보는 결말로 고치지 않는다. 점수를 잘 받는 것으로 고치면 점수로 증명해야 한다는 전제를 그대로 두는 것이 된다. 시험이 나와 무관해져야 전제가 깨진다.

꿈은 근거를 모아 결론을 내지 않는다. 감정에서 시작해 이야기를 뒤로 짓는다. 검증하는 자리가 꺼져 있다. 반박할 사람이 없다.

그러니 그 성적표는 자료가 아니다. 다만 그 숫자가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안다.

오늘 밤에도 그 세계로 갈지 모른다. 가면 조금 빨리 날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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